FIU 트래블룰 100만원 미만 확대: 한국 암호화폐 거래 감시망 혁명과 업계 충격 분석
트래블룰 전면 확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새 국면
2026년 2월 4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사실상 지각변동을 예고했습니다. 그 핵심은 트래블룰(Travel Rule) 적용 대상을 기존 100만원 이상 거래에서 100만원 미만 거래까지 전면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조정이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의 모든 금액대에 대해 송·수신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수집·공유하는 '제로 임계값(zero-threshold)'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번 조치는 FATF(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 상호평가 대비와 함께, 가상자산을 이용한 탈세, 마약 거래, 해외 송금 우회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트래블룰 규제를 100만원 이하 거래까지 확대하고, 자금세탁 위험이 큰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배경: 특금법 25년 만의 대개정
트래블룰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처음 도입된 한국의 트래블룰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간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시 송신인과 수신인의 신원정보를 함께 전송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는 FATF 권고안 16호를 국내법에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00만원이라는 하한선은 이른바 '스머핑(smurfing)'이라 불리는 쪼개기 송금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대규모 자금을 100만원 미만으로 분할 전송하여 트래블룰 적용을 회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는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심각한 허점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FIU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이 허점을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금법은 25년 만에 대폭 개정되며, FIU는 특금법 개정 TF(태스크포스)를 월 2회 정례적으로 운영하고, 2026년 상반기까지 AML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마약·도박 관련 의심 계좌를 행정 단계에서 신속히 정지할 수 있는 조기 계좌동결 권한도 FIU에 부여됩니다.
핵심 변화 상세 분석
1. 제로 임계값 트래블룰 전환
가장 큰 변화는 트래블룰의 금액 기준이 사실상 폐지된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만 송·수신인 정보 전송이 의무화되었지만, 개정 후에는 금액에 관계없이 모든 가상자산 이전에 트래블룰이 적용됩니다. 이는 FATF 권고 기준(USD/EUR 1,000)보다도 엄격한 수준으로, 일본의 제로 임계값 정책과 동일한 최고 수준의 규제에 해당합니다.
국제 비교를 살펴보면, 미국은 3,000달러, 싱가포르는 1,500 싱가포르달러, 캐나다는 1,000 캐나다달러를 임계값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제로 임계값을 채택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트래블룰 체계를 갖추게 되는 셈입니다.
2. 수신 거래소 의무 신설
기존에는 송신 거래소에만 정보 제공 의무가 부과되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수신 거래소에도 정보 확보 의무가 부과됩니다. 이는 거래의 양방향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거래소 간 정보 교환 체계가 한층 정교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3. 개인지갑·해외 거래소 거래 제한
국내 거래소와 개인지갑(언호스티드 월렛) 또는 해외 거래소 간 거래에서는 송·수신인이 동일한 경우 등 저위험 거래만 허용됩니다. 이는 사실상 개인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의 자유로운 가상자산 이전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조치로, 투자자들의 자산 이동 자유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4.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 규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에게는 기존 특금법상 '금융회사등'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됩니다. 개인지갑·해외 사업자와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시에는 위험기반접근(RBA)에 따른 대응조치 의무도 추가됩니다. 이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흐름에 발맞춘 선제적 조치로 평가됩니다.
거래소 업계 대응 현황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이미 선제적으로 트래블룰 확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업비트(Upbit)**는 입금처가 확인되지 않은 100만원 미만 가상자산의 출금을 제한하고, 트래블룰 솔루션을 통한 송금 등 주소 확인이 가능한 경로 외의 모든 출금을 차단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했습니다. **빗썸(Bithumb)**도 2025년 4월 1일부터 100만원 미만 가상자산 출금에 트래블룰을 적용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반면, **코인원(Coinone)**과 코빗(Korbit) 등 중소형 거래소들은 100만원 미만 트래블룰 적용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이번 규제 확대는 시장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다 하던 일"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실제로 모든 금액대에 대해 실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적·비용적 부담을 수반합니다. 특히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컴플라이언스 인프라 투자 비용이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를 위한 실무 가이드
이번 트래블룰 확대로 인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소 간 송금 시 금액에 관계없이 모든 이전 거래에서 신원정보가 수집·전송됩니다. 투자자는 거래소 계정의 본인인증(KYC)이 완벽히 완료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복수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 모든 거래소에서 동일한 실명 정보로 인증을 완료해야 원활한 입출금이 가능합니다.
개인지갑 이용 시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의 출금은 송·수신인이 동일한 저위험 거래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자신의 개인지갑으로 출금하는 경우, 해당 지갑의 소유권을 사전에 거래소에 등록해 두는 것이 권장됩니다.
해외 거래소 이용 시 FIU가 지정하는 고위험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는 전면 차단될 수 있습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 중인 투자자는 자산 이전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금법 개정안이 2026년 상반기 중 마련될 예정이므로,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세부 규정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전망 및 시사점
이번 트래블룰 전면 확대는 단독 조치가 아니라, 2027년부터 시행되는 **OECD 주도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위한 사전 정비 작업이기도 합니다. CARF가 시행되면 각국 세무당국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가 자동으로 교환되며, 이를 위해 모든 거래의 추적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에서는 가상자산 발행·상장·상폐 기준, 거래소 자기자본 요건,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보다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VASP 등록 기준도 강화되며, 마약·조세 범죄 전력이 있는 인물은 허가 가상자산 사업체의 대주주가 될 수 없게 됩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거래소의 운영 비용 증가와 일부 투자자의 불편을 초래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 기관투자자 유입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규제가 해외 P2P 거래나 탈중앙화 거래소(DEX)로의 이탈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결론
한국의 트래블룰 전면 확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상자산 AML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2026년 상반기 특금법 개정안 확정 일정을 주시하며, 거래소 KYC 완비, 개인지갑 사전 등록, 해외 거래소 자산 정리 등 선제적 대비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트래블룰의 전면 확대와 CARF 시행을 통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투명성과 규제 준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